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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방지법 20년의 메시지

  • 작성자대변인
  • 조회수122
  • 작성일2024-09-19
  • 기고자전정희
  • 담당부서대변인

* 2024년 9월 19일(목)자 전북도민일보 제9면에 게재된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의 기고문 전문입니다.

 

성매매 방지법 20년의 메시지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대한제국 시절인 1898년, 서울 명동에서는 300여 명의 여성들이 집회를 열어 여성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이른바 ‘여권통문’을 발표했다.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권통문의 날(9월 1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고 9월 첫째 주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전북에 있어서 9월은 여성 인권을 땅에 묻은 아픈 달이다. 2000년 9월 19일 군산 대명동 집창촌 화재 참사가 발생했고, 성매매를 강요당하면서 감금되어 있던 다섯 명의 여성들이 사망했다.

 

현장에서 드러난 심각한 인권 유린의 실태와 그들의 참혹한 죽음이 성매매 과정에서 상습적으로 이루어진 인신매매, 감금, 금품갈취 등과 연계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모두를 분노케 했다.

 

여러 정황증거와 진술에 의해서 포주와 경찰, 관계 공무원들과의 상납과 유착 관계가 밝혀졌음에도 수사는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이에 지역의 여성단체를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관련 공무원 및 수사기관까지도 형사고발 했다.

 

입법 청원까지 이루어졌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법안은 2002년 또다시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가 발생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되었고, 이 두 사건은 한국 여성인권 운동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게 되었다.

 

숨진 여성의 유족들이 국가와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2004년 9월 23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2004년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과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이하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이루어졌다. 이후 전국 각지의 성매매 집창촌들이 문을 닫게 되었고 저마다 변신을 꾀했다. 올해는 이 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인류 공동의 17가지 목표를 담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다. 이 중 다섯 번째 목표(SDG5)가 성평등이다.

 

또한 SDG5의 세부목표로 ‘모든 곳에서 여성과 여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인신매매와 성착취 등 여성과 여아에 대한 모든 폭력 근절’등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이 여성이 차별과 성착취, 폭력에 내몰리지 않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유엔의 노력은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오히려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담론이 공공연해지고, 백래시(Backlash)처럼 여성운동의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가 빈번해졌다.

 

“더 이상의 성차별은 없다”는 정부의 인식이 그대로 투영되어 여성가족부는 존재감이 희박해졌고, 그 틈을 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딥페이크 사건이나 디지털 성폭력, 몰카 범죄등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여성 인권 유린의 또 다른 형태다. 성평등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에 자행되는 폭력과 억압, 차별까지도 궁극적으로 종식시키는 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더 이상의 차별은 없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평등의 문제는 여성만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문제다.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조건인 것이다.

 

성매매 방지법 20년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지 집창촌이나 성매매에 관한 것이 아니다. 여성이라는 ‘인격’에 관한 것이며, 성별은 차이가 아니라 곧 다름일 뿐이고, 성평등이 없다면 우리의 더 나은 미래도 도모할 수 없다는 절박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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